나는 고양이로 소이다
나는 고양이로소이다 - 나쓰메 소세키 지음, 김난주 옮김/열린책들 |
그런데 시절이 완전히 바뀌어서 살아 있는 모든 인간이 개성을 주장하면서 누구를 대하든 너는 너, 나는 나라는 식이 되었어. 길 가다 두 사람이 마주칠 때에도, 마음속으로 네가 인간이면 나도 인간이라는 식으로 공연히 시비를 걸면서 지나치는 거야. 그만큼 개인이 강해졌어. 하지만 개인이 고루 강해졌다는 것은 개인이 고루 약해졌다는 뜻이기도 해. (11장)
남이 나를 털긑만큼도 침해하지 못하도록 강한 점을 한없이 고집하는 동시에 남에 대해서는 털끝의 반만큼이라도 침해하려고 약한점을 억지를 써서라도 부각시키려 하지. (11장)
이렇게 하면 사람과 사람 사이에 공간이 없어져서 살아 있는 게 답답해져.(11장)
개성의 발전과 더불어 이에 대한 존경심도 무한히 확대될 테니까 앞으로는 더더욱 (서로)떨여져 살지 않으면 편할 수가 없을거야. 그런데 부모 형제가 서로 떨어져 사는 오늘날에는 더 이상 떨어질 것이 없으니까 최후의 방안으로 부부가 헤어지게 되는 것이지.(11장)
시대에 뒤쳐진 만담과
서사적 구성의 빈약함(사건이라고 할 만한 내용이 거의 없다)이 주는 지루함을
견디면서
일본어 특유의 동음이의어의 지나친 활용을 이해하기 위해
주석을 자주 들춰봐야 하는
번거로움 때문에
끝까지 읽기 힘들었던 소설이었다.
하지만
11장 마무리 부분에 나오는 (위의)단락을 만나면서,
개인화의 분위기가 점점 짙어져 가지만
한편으로는 숨을 곳이 없어 숨이 막힐 것 같은
현재의 우리의 삶을 표현하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저 시절에도, 오늘에도
인간의 고민은
그 색깔은 달라보이지라도
그 결은 항상 같은 방향인가 보다